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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호 교장

세상에 포기할 아이는 없어서 호랑이탈 쓰고 먼저 인사하는 방승호 교장

아현산업정보학교의 방승호 교장은 B급 괴짜다. 학생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해서 교문 앞에서 호랑이 탈을 쓰고 아이들을 맞이한다. 방 교장은 학생들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고 어떤 아이든 일단 학교에만 오면 성공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방 교장은 자작 금연송을 부르고 학교에 PC방까지 설치했다.

1. 아현정보산업학교 방승호 교장

웃음, 진짜 웃는 얼굴. 웃는 얼굴인지 아닌지로 행복을 가늠할 수 있다. 젖먹이 때와 아장아장 걸을 때는 그렇게 잘 웃던 아이들이 크면서 왜 무표정해지는 걸까. 애들은 그저 집에서 보고 배웠을 따름이다.

방승호 교장

방승호 교장이 웃고 있다.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직업학교) 복도에서 우스꽝스러운 가발과 탈을 든 채로. 이 분은 학교가 재미있으면 문제아가 없어진다고 믿는다. 

 “학생 1만여 명을 상담하고 과정을 지켜보니 아이들은 다 천재”라며 “공부만 고집하는 교사나 부모가 문제”라고 한다. ‘마음방역’이라는 온라인 카페도 운영 중이다. 

 아현산업정보학교는 3학년에 올라가는 서울 시내 인문계 고교생들 중 직업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학교다. 1년 과정이고 4개 개열, 14개 학과의 특성화된 전문 직업교육 과정을 운영한다.

2. 2020년 헬싱키 국제교육영화제가 방교장의 ‘스쿨 오브 락(樂)’ 초청

방승호 교장이 서울 마포구 아현 산업정보학교에 일으킨 혁신을 포착한 다큐멘터리다. 그는 이 직업학교에 교장으로 총 8년 반을 근무했다. 일반고에서 공부를 포기한 3학년생을 위탁받아 1년간 직업 교육을 하는 곳이다. (9월 25일~10월 5일)

방교장의 다쿠멘터리 스쿨 오브 락
방교장의 다큐멘터리 스쿨 오브 락

 2015년 아현산업정보학교에 교감으로 처음 부임한 날 그는 교문에서 충격을 받았다.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하나도 없고 머리카락도 형형색색으로 염색이 되어 있었다. 책가방은 아무도 들고 오지 않았다. 날마다 100여 명이 지각했다.

방승호교장 다큐멘터리 스쿨 오브 락
스쿨 오브 락

 그렇다면 왜 공부를 포기했을까 궁금해서 방교장은 전교생 700명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그런 아이들은 상담도 질색이라 기존상담법으로는 한빨짝도 못 들어간다. 

 그래서 초코파이를 주고 함께 팔씨름을 하거나 동전 찾기를 하면서 일단 놀아줬다. 학생은 교장 손 안에 있는 동전을 찾느라 힘을 쓰고 교장은 주먹을 꽉 쥐느라 힘을 썼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무장이 해제되고, 과거나 어떤 상황에서 벗어나 지금 딱 이 순간에 있게 된다. ‘어릴 때는 뭘 좋아했니?’라고 물으면 이미 친밀감을 느낀 아이들이 답을 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적어서 붙인 포스트 잇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적어서 붙인 포스트 잇

 충고나 훈계를 하면 백전 백패이니 하지 않는다. 전교생을 만나고 얻은 결론은 “얘들이 평소에 ‘잘했다!’는 말을 못 들었구나. 칭찬에 목 말라 하는구나. 부모도 자식 편이 아니구나. 

 제대로 위로를 못 받아봤구나였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도 속에선 하고 싶은 게 들끓는다. 어느 분야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아직 얻지 못했을 뿐이다.”

 살면서 좋았던 것을 세 가지 쓰라고 하면 예외 없이 아이들은 ‘가족 여행’을 적는다. 그다음엔 나빴던 것 세 가지를 물으면 성적, 친구 관계, 부모 이혼. 그 과정에서 응어리를 한 번 풀어진다. 

 꺼내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아픔의 크기가 줄어드는구나를 체험하게 한다. ‘ΟΟ해서 너무 슬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구절을 대여섯 번 소리 내어 같이 읽어요. 그럼 아이들이 눈물을 쏟는다.

 어느날 등교 시간에 술취한 아이가 정문으로 왔다. 잠깐 앉혀서 물을 마시게 하고 얘기를 들어봤다. 그러자 그 술취한 아이는 ‘밤새 일하고 피곤한 몸으로 등교한 아이’로 뒤바뀌었다. 

 그때 방교장은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자. 어떤 아이든 일단 학교에만 오면 성공시킬 수 있다. 우리 교육은 학생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르다. 풍선을 못 묶는 고등학생이 참 많다. 부모가 기다리지 않고 대신 해줘서 그렇다. 교사나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으니 아이가 포기하고 낙오한다. 

 배우는 속도는 천차만별인데 배려하지 않고 어른들이 앞질러 간다. 실패할 기회를 빼앗으면 그 실패를 딛고 성공하는 경험까지 원천 봉쇄된다. 그래서 선생님이 중요하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높은 자세로는 학생들에게 다가갈 수 없어서 학교에서 우스꽝스러운 탈이나 가발을 쓰고 다닌다. “호랑이 탈을 쓰고 교장실 밖으로 처음 나갈 땐 떨렸어요. 저도 내성적인 편입니다. 교직원들이 어떻게 볼까 겁났고 솔직히 X팔렸어요. 용기를 내 복도로 나갔는데 그날 저는 희망을 봤어요.”

“아이들이 ‘너는 누구니?’ 묻고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새로 온 교장이라고 명함 돌리면서 ‘초코파이 줄 테니 교장실에 놀러 와!’ 했습니다. 

 “교직원을 더 설득할 필요도 없었어요. 제 익살에 아이들이 밝아지는 게 보였으니까요. 하루에 100명씩 교장실에 드나들었지요. 초코파이 먹고 교장과 놀고 노래하고 대화하러. 그렇게 했는데 학교가 더 엉망이 됐다면 저도 중단했을 거예요. 최근엔 교문 앞에서 탈 쓰는 교장이 전국에 여럿 나왔대요(웃음).”

 아이들이 부모나 교사 얘기를 안 듣는 이유는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친밀감이 관건이다. 그래서 방교장은 상담하러 오면 일단 놀아준다. 친밀감이 대화의 출발점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부인과 두 따님도 교사인데 이렇게 적선(積善)을 많이 할 수 있는 직업은 드물다. 

오은영 박사가 tv프로에서 다둥이 가족을 상담해 줄 때 하던 말씀이 떠오른다. “어머니와 여섯째 아이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에요. 사랑하지만 친하지 않을 뿐이에요” 그래서 친해지는 방법을 연습시켰다.

 학생들이 방 교장 명함을 집 냉장고에 붙이고 ‘우리 학교에 날라리 교장 선생님이 있다’고 부모에게 자랑하기 시작했다. 뭔가 열심히 하는 사진을 찍어 교장에게 보내면 ‘와! 잘했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오리온 제과회사는 방 교장 이야기를 언론에서 보고 초코파이를 무상으로 보내줬다. 학생들에게 꿈을 찾아주다가 방교장은 본인 꿈도 발견했다. “상담하다가 나는 뭘 할 때 제일 좋은가 생각해 보니 노래였어요. 

 그때부터 학생들 앞에서 ‘나도 가수로 음반을 내겠다’고 뻥을 쳤는데 글쎄 그게 이뤄진 겁니다.  제 좌우명이 ‘선(先)뻥 후(後)조치’예요. 벌써 7집까지 냈습니다(웃음). 교육도 궁극적으로는 학생 속에 웅크리고 있는 꿈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찾도록, 용기 내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방교장은 영화 ‘스쿨 오브 락’에서 ‘배워서 남주나’라는 트로트를 직접 불렀다. 방교장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노래했는데 음반을 발표한 지는 6년 됐다. 

 아현고에 오는 학생들은 알고보면 다 천재이다. “휘성, 박효신, 환희 같은 스타를 이미 배출했고 조남준이라는 제자와 함께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노래를 불렀다. 남준이는 고3 때 슈퍼스타K에 나가 30위 안에 들었고 지난해 MBC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3. 역발상 학교에 PC방 설치

 “게임하는 애들은 더 천재예요. 노래야 잘하면 인정이라도 받지, 우리나라에서 게임하는 애들은 죄인이잖아요. 상담을 해보니 공부 포기하고 가는 곳이 남학생은 99%가 PC방이었습니다. 

 일만 시간의 법칙 있죠? 우리 아이들은 게임으로 이미 오만 시간씩 쌓았어요. 그래서 역발상을 했어요. 교내에 PC방(e스포츠 학과)을 마련한 겁니다.

 너에게는 하루 열시간씩 뭔가에 몰입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그러자 준(準)프로 실력자들이 생겨났고 전국 대회 우승까지 했어요. ‘페이커’ 이상혁과 같은 프로팀에서 뛴 ‘레오’ 한겨레가 대표적인 천재죠.”

 “지금도 프로팀이 5명이 팀을 구성해 각종 프로 대회에 나가고 있죠. 이게 온라인이라 세계화가 용이해요. 얘들은 실력 있으면 중국 진출, 유럽 진출이 어렵지 않아요.”

학교에 PC방 설치한 방승호 교장
학교에 PC방 설치한 방승호 교장

 학교에 PC방을 만들때 반대도 많고 쓸데없는 짓 한다고 수군거렸다. “또라이’ 소리도 들었다. 평생 먹을 욕을 그 때 다 들었다. 그래도 밀고나가 e스포츠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뽑았다. 

 당시 제 목표는 ‘무사히 졸업만 시키자’였는데 착각이었다. 게임에 미친 아이들을 과소평가한 거다. 인정하고 격려하니까 그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었다. 직업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비율이 10~20%쯤 되는데 그 과만 유일하게 복교(復校)생이 없었다. 70%는 게임 관련 대학 학과에 진학했다.

4. 무엇이 차이를 만들었을까

“학생들은 보통 낮밤이 바뀐 생활을 해요. 밤에 게임을 하고 낮에 잡니다. 그런데 e스포츠학과 학생들은 낮에 학교에서 실컷 게임을 하니까 집에서는 거의 안 해요. 밤에 드디어 잠을 자기 시작한 겁니다. 

 게임 때문에 부모와 싸울 일도 없어지니 표정도 밝아졌어요. 요즘 이 과 들어오는 학생들은 부모가 전폭적으로 지지해줍니다. 팔자가 바뀐 거예요. 게임 천재를 교실에 가두었다면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요. 아마 계속 취침 중이겠지요”

 상담은 에너지가 많이 들고 피로해지기 마련인데 방교장은 예외다. 아이들로부터 에너지를 받는다. 하루에 10명을 만난다면 10명의 에너지가 충전되는 셈이다. 아이 얼굴이 환해지는 모습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 

 서로 긍정적인 것을 주고 받았기 때문이다. 또 상담하면서 책을 쓰고 노래를 발표하고 이렇게 영화까지 나왔요. 방교장은 애들이 은인이라고 표현한다.

 교장 한 사람이 변한다고 학교가 달라질까. ‘승진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조용히 정년까지 갈 테니 건드리지 마’하는 교사도 있겠지만 방교장은 눈치 주거나 강요하지 않고 기다린다. 

 교장이 교사들을 통제하는 것보다 자율성을 주고 애들에게 집중하는 게 훨씬 나은 걸 알기 때문이다. 행정에 쓸 에너지를 학생에게 쏟는게 서로 이롭다. 

 요리과 선생님이 연말에 자발적으로 ‘돼지 해체 쇼’를 마련했다. 이 부위는 족발, 저건 갈매기살, 이건 항정살. 33년 교직에 있었는데 수업하며 아이들이 탄성을 그렇게 많이 토하는 걸 처음 봤다. 그게 살아 있는 교육이다.

 다른 학교들은 목표가 공부(대입) 하나뿐인 반면 이 학교에는 다양성이 있다.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저마다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간다. 교육 과정이 일방적으로 내려오지 않고 애들이 지지고 볶고 만들어가니까 더 값지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생기고 진로에 대한 확신도 갖게 된다. 학생들이 이 직업학교를 다니는 걸 처음에는 쉬쉬하다가 이젠 ‘나 아현고 다녀’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때 방교장은 보람을 느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한 거다. 

 좋아하는 일에 첫 걸음만 뗄 수 있다면 성공이다. 방교장은 이런저런 시도하며 부싯돌 역할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하신다. ‘스쿨 오브 락’에 등장하는 아현고 아이들은 시나리오를 쓸 때, 드럼을 칠 때, 안무를 익힐 때, 반죽을 치댈 때 다들 눈이 반짝인다.

게임에 인생을 걸었다는 한 학생은 “19년간 몰랐던 행복을 이곳에서 찾은 것 같다”고 고백한다. 방 교장은 “부모가 욕심을 걷어내야 아이가 똑바로 보인다”며 “좋아하는 일을 한 달만 해도 애들이 변한다.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은 기다림과 지지”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그저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지만 괴짜라는 말을 들었다. “저는 듣기 싫지 않고 제가 B급 괴짜거든요. B급 교장에 가수도 B급이죠. 

 비주류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거나 하는 존재가 아니지요” 그렇다. 표현이 좀 어줍잖아도 진정한 마음은 결국 통한다.

금연송 부르는 방승호교장
금연송 부르는 방승호 교장

방 교장은 인터뷰 중 갑자기 기타를 집어들고 노래를 시작했다. ‘노 타바코No cigarette’였다. 그의 상담 경험이 가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판매 수익은 다 재능기부 한다. 하여튼 뭐 검색 순위 1위도 했다. 전국에서 이걸 금연교재로 많이 쓰고 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 거야…” ( 노 타바코 가사)

 “아이들이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걸리는 바로 거기에 가서 노래를 부르죠. 요새는 애들이 학교 이웃에 있는 국민은행 지점 쪽으로 가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거기까지 가서 노래를 하죠. 혼내는 것보다 훨씬 나아요.”

 “일단 학교에서는 안 피워요. 현저하게 줄었어요. 어느 정도냐 하면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담뱃갑이 가끔만 보여요’ 할 정도로요. 저는 담배를 피우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참는 것만도 대단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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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지금의 한국의 학교교육으로는 자발적인 창의성을 이끌어내기가 힘들다. 일단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들이 친밀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서안정과 믿음이 굳건해야 아이들은 날개를 펼수가 있다. 미래 사회에서 요구되는 다양성과 다양화를 추구하는 창의적인 인재들이 특성화된 전문교육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이끌어내는 체험중심의 역동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하다.

괴짜 방승호 교장의 좌우명은 선(先)뻥 후(後)조치다. 방 교장은 아이들의 속마음을 읽으려고 호랑이 탈을 쓰고 교문에서 인사한다. 아이마다 배우는 속도가 다른 걸 인정해서 백전 백패하는 화내고 때리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방 교장은 기타치며 자작 금연송을 부르고 학교에 PC방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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