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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연주자

예고탈락 후 빈 국립음대 입학 독일 오케스트라 종신수석 연주자 틱장애 이승민 반전인생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시험 당일 한순간의 실력보다는 수험자의 가능성을 평가한다. 타악기 연주자 이승민 님은 틱장애까지 있었다. 한국에서는 예술고 입시에도 떨어졌다. 

그러나 오스트리아 빈 음악대학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그리고 2022년 독일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종신 연주자로 임명되었다. 이러한 반전 인생이 너무나 통쾌하고 희망적이다.

1. 독일 오케스트라 타악기 종신 연주자 이승민과 수습기간 사건들 

2022년 4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이십대 이 승민을 ‘타악기 종신 수석’으로 최종 확정했다. 독일 공립 관현악단의 단원 선출 절차는 까다롭다. 평생 자리를 보장해주는 종신 수석 자리는 더 복잡하다. 

첫 관문은 악기 실력 테스트 오디션이다. 실기를 통과하면 1년간 수습기간을 거쳐야 한다. 다른 단원들과 섞이고 화합할 수 있는지, 적응력은 있는지와 사운드 측면에서 오케스트라와 어긋나지 않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이다. 

두번째 관문은 전체 단원들의 찬반투표이다. 투표에 앞서 당사자는 불참시키고 단원들이 찬반 토론을 펼친다. 이때 지휘자와 다른 타악기 주자들이 의견이 중요하다. 이어 투표가 진행된다.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종신 수석으로 확정된다. 

이 모든 절차를 통과한 이승민은 해당 악단의 타악기 연주자 4명 중에서 가장 어리다. 독일에는 130여 개의 전문 오케스트라가 있다.

단원 규모에 따라 A에서 D등급으로 분류한다. 아우크스부르크 필하모닉은 2023년 가장 큰 규모인 A등급으로 승급을 앞두고 있다.

1년의 수습기간이 시작되자 지휘자가 갑자기 인사도 안받고 쌀쌀하게 대했다. 리허설 중간에는 다른 악기 연주자들은 연주를 멈추게 하고 혼자만 연주하도록 하기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의도된 테스트였다. 

스네어 드럼은 사이드 드럼이라고도 불리는 작은 북이다. 지휘자의 신임을 얻게 된 이승민님의 결정적인 연주가 있었다. 스네어 드럼의 리듬이 처음부터 끝없이 반복되는 라벨의 관현악곡 ‘볼레로’였다.

처음에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록 작게 연주하다 점점 크게 연주해야 한다. 매우 단순하지만 연주하기 어려운 곡으로 꼽힌다.

스네어 드럼
스네어 드럼. 출처 nws.edu

이승민의 주특기가 스네어 드럼이다. 장기를 마음껏 펼쳤고 지휘자가 흡족해했다. 그날 이후 다시 친절하게 대해줬다. 종신 수석 찬반 투표에서는 반대가 4표로 나머지 70표 모두 찬성으로 압도적이었다. 

원래도 무던한 성격이고 이렇게 인정을 받으면서 이승민은 마음가짐부터 달라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마음이 안정되면서 연주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2. 틱장애 이승민 드럼에 빠져서 우연한 기회에 빈 국립음대로

초등학교 시절은 천방지축이었다. 코를 킁킁거리고 눈을 깜빡거리고 코를 만지며 자꾸 고개를 돌리는 ‘틱’장애가 있었다. 볼펜으로 책상을 두들이며 리듬을 맞추는 ‘펜 비트’에 빠져들어 손목이 퍼렇게 멍이 들었다.

음악과의 인연은 매우 늦어서 초등5학년이었다. 초등 때 바이올린 배우려고 다닌 학원에서 드럼에 더 흥미를 느꼈다. 학교 밴드에 들어가 드럼을 치기 시작하면서 틱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중학교 2학년때 본격적으로 타악기 공부를 시작했다. 유명하다는 선생님들에게 레슨도 받았다. 예고 입시를 2개월 앞두고 선생님을 바꿨다. 

예고 실기시험장에 들어갔으나 기량을 펼칠 기회조차 제대로 얻지 못했다. 스네어 드럼은 어느 정도 오래 연주하게 했지만 마림바는 1분, 팀파니는 20초 만에 멈추게 했다. 그리고 낙방했다.

어머니가 동네 상가에서 피아노 학원을 운영했다. 방학을 맞아 그 학원에 연습하러 온 오스트리아 유학생이 있었다. 이승민에게 빈 국립음대의 요제프 굼핑거 타악기 교수가 평이 좋으니 연락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메일을 보내 테스트라도 한번 받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방문일시가 적힌 답장이 즉시 왔다. 굼핑거 교수는 이건 이렇게 한번 해볼래 하며 레슨이라도 하듯 1시간 넘게 여러 연주를 해보게 했다. 그리고 재능이 있으니 와서 공부하라고 했다.

그렇게 굼핑거 교수의 조언에 따라 2014년 빈 국립음대 예비과 시험을 치면서 40분에 걸친 실기시험에서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 예비학교를 거쳐 이듬해에 16살 때 학사과정에 최연소로 입학했다. 빈음대를 졸업하고 2019년 스위스 취리히 국립예술대에 편입했고 현재 대학원 재학 중이다. 

2017년 어머니 유미경씨는 아들의 예고 낙방부터 빈 국립대 입학에 이르는 과정을 담아서 책 ‘궤도 밖에도 길은 있다’를 저술했다.

3. 관연악단에서의 타악기 주자 위치와 이승민씨 포부

관현악단에서 오른쪽 뒤에 위치한다. 타악기는 팀파니 주자가 타악기 주자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이승민님의 주특기는 크다란 팀파니가 아니라 작은 스네어 드럼이다. 타악기 연주자들은 자신의 주특기 악기 뿐아니라 다양한 악기를 다뤄야 한다. 

팀파니, 마림바, 비브라폰, 트라이앵글, 탬버린과 드럼 세트까지 다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 팀파니 주자를 빼면 악단에서 타악기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팀파니, 마림바, 스네어 세 악기에 숙달하면 그외의 타악기들은 원리와 주법이 비슷해서 자연스럽게 연주가 가능하다. 타악기 주자들은 한 사람이 여러 악보를 봐 가면서 한 곡에 둘 이상의 악기를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꽤 많다. 

현대곡에서 타악기의 쓰임은 넓고 잦으며 다양하다. 소리를 창조하는데 제한이 없어서 현대 작곡가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악기군의 하나이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은 시험 당일, 그 순간의 실력보다 가능성을 보고 평가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한다. 클래식의 본고장과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 

학생들이 학교 이름보다는 선생님이 누구인지를 보고 지원을 한다. 미리 해당 선생님을 찾아가 수업도 들어본다. 한국에서 이렇게 하면 편법에 연루된 것으로 본다.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사회적 신뢰가 형성되지 않아서다. 

이승민의 꿈은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자신이 받은 교육법으로 한국 학생들을 지도하며 직접 경험한 시스템을 적용해 보고 싶어 한다.

“악기를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는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학생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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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은 틱장애가 있고 음악에 늦게 입문해도 대성한 경우다. 국내에서는 파묻혔던 재능을 클래식의 본고장 유럽 오스트리아와 독일에서 알아보고 훈련시키고 종신연주자 자리까지 주었다. 이승민이 자신의 기량을 연마하면서 단원들과 어울리며 지휘자를 잘 따른 점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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